신 석정(1907~1974)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해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