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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째이야기

채픒린 2015. 11. 12. 15:12

 

 
가을의 기도(祈導)

                                           김 현승(1913~1975)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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