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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오고 걸어갈 인생길

채픒린 2024. 2. 1. 09:28

걸어오고 걸어갈 인생길

 

언제나 연애 시절이나 신혼 때와 같은 달콤한 맛을 바라고 있는 남녀에게

우리 속담은 첫사랑 삼 년은개도 산다고 충고하고 있다

사람의 사랑이 개의 사랑과 달라지는 것은 결국 삼 년이 지나고 부터인데

우리의 속담은 기나긴 자기 수행과 같은 그 과정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열 살 줄은 멋 모르고 살고, 스무 줄은 아기자기하게 살고,

서른 줄은 눈 코 뜰 새 없이 살고, 마흔 줄은 서로 못 버려서 살고,

쉰 줄은 서로가 가여워서 살고, 예순 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 줄은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

이렇게 철 모르는 시절부터 남녀가 맺어져 살아가는 인생길을

이처럼 명확하고 실감 나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자식 기르느라 정신 없다가 육십에 들어서 지지고 볶으며 지내며 소 닭 보듯이,

닭 소 보듯이 지나쳐 버리기 일쑤이고 서로가 웬수 같은데 어느 날 머리칼이

희끗해진 걸 보니 불현듯 가여워진다.

그리고 서로 굽은 등을 내보일 때쯤이면 철없고 무심했던

지난날을 용케 견디어준 서로가 눈물 나게 고마워질 것이다

 

이젠 지상에 머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쭈글쭈글해진 살을

서로 긁어주고 있노라니 팽팽했던 피부로도 알 수 없었던

남녀의 사랑이기보다 평화로운 슬픔이랄까

자비심이랄까 그런 것들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 마음도 함께 늙어버리는 줄 알았는데

시간을 초월한 내면의 정신은 새로운 가지처럼 어디론가로

새로운 외면의 세계를 향해서 자꾸자꾸 뻗어 오르고 싶어한다

 

나이를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확인하고 싶지 않은 나이 체념도 포기도 안 되는 나이.

하던 일 접어두고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머무른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꿈을 먹고 산다고 했는가?

 

제 오십, 그리고 육십도 넘어 한 살 한 살 세월이 물들어가고 있다

도무지 빛깔도 형체도 알 수 없는 색깔로 나를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더없이 푸른 하늘도..

회색 빛 높이 떠 흘러가는 쪽빛 구름도 모두가 다 내 품어야 했던 지나간 유혹들

이젠 뒤로한 채 누군가와 필요로 하면서 함께하고픈 마음이 앞선다.

같이 마시고 즐겨 듣던 음악도 함께..

 

사소한 것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버리고 아쉬움이 되어 버리는 것

결코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무름으로 남을 수 없는 것이

슬픔으로 남는 나이지만 현실을 긍정으로

노후를 즐거움의 지혜로 가야 할 것이다.

 

이제 나는 꿈과 사랑을 먹고사는 게 아니라

내 진심으로 사랑을 하면서 멋을 낼 수 있는 그런 나이로

그리고 인생에 막힘이 없는 나이로

지금이 정녕 "人生의 黃金期라고 생각을 하면서.

카페9988에서 가져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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