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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

채픒린 2019. 5. 18. 10:00



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 

            시인/이룻 이정님

가끔 길을 잃고 싶은 때 있지

낮익은 풍경이 실증나 길에서

비껴서고 싶던 때가 있었어


간장을 녹이는 애절한 노래

피해 칭칭 감긴 운명의 사슬을 끊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은밀한 곳에

웅크려 앉아 무심히 보낸

세월 한 가닥씩 헤아리며


태어날 적 고고하던 내 울음도 만저보고

기쁨속의 슬픔을

슬픔속의 위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구슬처럼 굴리다가

익명으로 지는시간


아! 네 시간도 내 시간도 아닌

다만 이렇게 지는 시간을

깨금발로 폴짝 뛰어 건너보며

자유롭고 싶었는데


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

평생 날 섬기느라 함께 늙은

내 그림자 데리고

더 갈곳 마땅치 않은 종점 가까이

허름한 소복 한 벌

걸치고 오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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