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
시인/이룻 이정님
가끔 길을 잃고 싶은 때 있지
낮익은 풍경이 실증나 길에서
비껴서고 싶던 때가 있었어
간장을 녹이는 애절한 노래
피해 칭칭 감긴 운명의 사슬을 끊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은밀한 곳에
웅크려 앉아 무심히 보낸
세월 한 가닥씩 헤아리며
태어날 적 고고하던 내 울음도 만저보고
기쁨속의 슬픔을
슬픔속의 위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구슬처럼 굴리다가
익명으로 지는시간
아! 네 시간도 내 시간도 아닌
다만 이렇게 지는 시간을
깨금발로 폴짝 뛰어 건너보며
자유롭고 싶었는데
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
평생 날 섬기느라 함께 늙은
내 그림자 데리고
더 갈곳 마땅치 않은 종점 가까이
허름한 소복 한 벌
걸치고 오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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